# 나에게만 좋은 사람은 진짜 좋은 사람일까? 양심과 도덕의 밸런스 지점 찾기
살아가다 보면 인간관계에서 깊은 혼란과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 자신 역시 완벽한 인간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편적이라고 믿어왔던 '도덕적 상식'의 테두리가 흔정없이 무너지는 타인의 모습을 목격할 때가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선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친구나 지인들의 대응 방식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마음속에서는 묵직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과연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우리는 흔히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어떤 친구는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지만, 식당이나 카페 등 서비스를 받는 곳에 가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타인을 대하는 행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돈과 직위로 계급과 등급을 매긴 것처럼 무례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곤 한다. 나와의 관계에서는 100점짜리 좋은 친구인데, 타인을 향한 예의는 0점인 그 사람.
그렇다면 이 사람은 진짜 좋은 사람일까, 아니면 나쁜 사람일까?
나에게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악인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모두에게 손가락질받는 이가 나에게는 눈물겹게 고마운 은인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보편적인 도덕과 양심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도무지 그 정답을 몰라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들이 늘어간다.
#가장 만만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본성'이다.
언젠가 심리 상담가를 직업으로 가진 한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넨 적이 있다.
누군가의.. 그 사람이 생각할 때 '가장 만만하다고 느끼는 상대'에게 하는 행동 봐
그 행동이 바로 너와 사이가 안 좋아졌을 때 너에게 할 행동이야." 이 말은 내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관계가 좋을 때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가면을 쓴다. 감정이 좋고 이익이 얽혀 있을 때는 누구나 다정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은 나보다 약한 존재를 마주했을 때, 혹은 상대방과 갈등이 생겨 더 이상 잘 보일 필요가 없을 때다. 식당 종업원이나 대중교통에서 만난 낯선 이들에게 무례한 사람은, 결국 나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거나 내가 그 사람보다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되었을 때 언제든 그 무례함의 화살을 나에게 돌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깊은 내면의 본성보다는, '당장 나와의 관계가 좋으냐 안 좋으냐'의 여부로 그 사람과의 친분을 정의하곤 한다. 저 사람이 밖에서 어떤 도덕적 결함을 보였든 간에, 지금 당장 나를 챙겨주고 나에게 이익을 준다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도덕적 양심을 지키며 사람의 본질을 보려는 나와, 당장의 친소 관계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의 기준 사이에서
나는 아직도 어떻게 중심을 잡고 이해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섣부른 단정을 원치 않는 마음, 중간 밸런스 지점은 어디일까?
인간은 입체적인 존재다. 단 하나의 단면만 보고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칼로 무 자르듯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나한테만 잘하면 그만이지"라며 타인에게 행하는 무례와 비도덕적인 태도를 눈감아주는 것 역시 내 안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 혼란스러운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가 중심을 잡아야 할 '밸런스 지점'은 어디일까?
그나마 지금 당장 알수있는 답은 '존중의 거리 두기'에 있다.
나에게 잘해주는 상대의 다정함은 고맙게 받되, 그 사람의 도덕적 결함이나 타인을 향한 무례함을 목격했다면 내 마음의 '안전거리'를 조금 넓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사람의 본성이 나와 약자 모두에게 다정해질 때까지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비밀이나 치명적인 약점)은 쉽게 내어주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억지로 바꾸려 들지 않으면서도, 내 영혼과 양심이 그 사람의 부정적인 에너지에 오염되지 않도록 적당한 경계선을 긋는 밸런스가 중요하다.
세상에 완벽하게 무결한 좋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타인의 가치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양심을 지키려 노력하는 '결이 바른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 안의 양심의 나침반을 믿고 나아가는 길
도무지 정답을 알 수 없는 인간관계의 미로 속에서 결국 내가 붙잡아야 할 것은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 안의 양심과 도덕적 나침반'이다. 타인을 등급 매기듯 대하는 이들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아직 내 안의 도덕적 감수성과 양심이 바르게 살아있다는 건강한 증거다. 그런 스스로의 가치관을 의심하거나, 세상의 이기적인 기준에 맞추어 억지로 무뎌질 필요는 전혀 없다. 앞으로는 나에게만 잘해주는 감정적인 달콤함에만 취하지 않고, 그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양심의 깊이를 조용히 관찰하는 눈을 기르려 한다.
나에게 다정한 사람에게는 감사하되, 그 다정함 뒤에 숨은 칼날을 알아차릴 수 있는 영리함을 갖추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부터가 누군가에게 '가장 만만할 때도 예의를 잃지 않는 진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이 복잡하고 정답 없는 인간관계 속에서 내 영혼과 양심을 당당하게 지켜내며,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인연들을 걸러내고 지켜내는 가장 현명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