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아까운 내 시간, 원치 않는 곳에 나를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한때 나에게는 둘도 없다고 믿었던, 내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향한 내 마음은 진실했고, 그 깊이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었으며, 내 감정은 단 한 순간도 거짓이 없는 진심 그 자체였다. 이 인연만큼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단단한 바위 같을 거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문득문득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가 있었다. 친구는 늘 본인의 상황이 필요할 때만 나를 찾았고, 어딘가 허전한 자리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나를 대했다. 내가 준 진심의 깊이와 달리, 그 친구에게 나는 그저 본인의 삶을 빛내주거나 외로움을 달래줄 '필요에 따른 들러리' 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 있었다.
그 알아차림의 순간, 내 안에서는 거대한 감정의 폭풍이 일었지만 나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당장 무슨 말이라도 하기에는 내 감정과 생각이 채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 상태에서 섣불리 말을 꺼냈다간 내 안에 쌓인 감정들이 제어할 수 없이 폭발적으로 커져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 마음속 깊은 고민은 꺼내어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친구는 항상 상황의 진실은 숨긴채그저 들뜬 목소리로 "나는 참 럭키걸이야"라고 말하곤 했다. 내 마음을 가볍게 할 틈이 없는, 오직 본인의 행복과 만족감으로 가득 찬 그 대화를 나는 그저 가만히 지켜보며 듣고만 있어야 했다. 내 진심을 굳이 꺼내어 부딪치기보다, 조용히 내 생각을 정리하며 관계의 거리를 두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돈보다 귀한 것, 드디어 내 '시간'의 가치를 깨닫다
그렇게 내 폭발하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홀로 묵묵히 마음의 정리를 하던 어느 날, 문득 머리를 스치는 강렬한 깨달음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친구는 늘 입버릇처럼 돈에 대해 쿨한 척 행동하곤 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초연함과 달리, 은연중에 드러나는 모습 속에서 그 친구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결국 '돈'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의 기준을 돈으로 평가하고, 모든 가치의 우위를 물질에 두던 아이. 오렌지30%함량의 주스가 100%인척 했던 그 모습에 대한 배신감보다. 들여다보니, 진짜 아까운 것은 따로 있었다. 내 깊은 고민은 말하지 못한 채, 오직 본인의 이야기로만 가득했던 그 친구의 말들을 가만히 들어주고, 함께 해주려고 흘려보낸 내 소중한 시간'이 미치도록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채웠던 그 수많은 시간들. 진심을 다했던 그 시절, 그 친구의 들러리 역할을 해주느라, 그리고 그 일방적인 대화를 가만히 들어주고, 함께해주느라 흘려보낸 나의 진심, 나의 에너지, 나의 다정한 시간들이 너무나도 애석하게 느껴졌다.